용어를 낱개로 외우면 오래 못 갑니다
주식 용어를 공부할 때 가장 흔한 방식이 목록을 만들어 하나씩 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PER 따로, PBR 따로, ROE 따로 외우면 정작 종목 화면을 열었을 때 어느 숫자를 먼저 봐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용어는 서로 물려 있고, 그 연결을 먼저 잡아야 개별 정의가 자리를 찾습니다.
출발점은 손익계산서입니다.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빼면 매출총이익, 여기서 판매비와관리비를 빼면 영업이익, 이자와 세금까지 빼면 당기순이익이 됩니다. 이 세 이익을 매출액으로 나눈 것이 매출총이익률, 영업이익률, 순이익률입니다. 삼성전자의 2025 사업연도를 예로 들면 매출 333조 6,059억원에 매출총이익 131조 3,704억원으로 매출총이익률 39.38%, 영업이익 43조 6,011억원으로 영업이익률 13.07%, 당기순이익 45조 2,068억원으로 순이익률 13.55%가 나옵니다. 세 숫자를 나란히 놓으면 원가에서 얼마가 빠지고 판매관리비에서 얼마가 빠지는지가 한눈에 보입니다.
다음이 재무상태표입니다. 자산총계에서 부채총계를 빼면 자기자본이고, 부채를 자기자본으로 나누면 부채비율,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누면 유동비율, 거기서 재고자산을 빼면 당좌비율이 됩니다. 삼성전자는 같은 해 자산총계 566조 9,421억원, 부채총계 130조 6,218억원, 자본총계 436조 3,203억원으로 부채비율 29.94%가 계산되고, 유동자산 247조 6,846억원을 유동부채 106조 4,113억원으로 나눈 유동비율은 약 232.8%, 여기서 재고자산 52조 6,368억원을 뺀 당좌비율은 183.27%입니다. 공시된 값과 직접 계산한 값이 소수점까지 맞아떨어지는 것을 한 번 확인해 두면 이후에는 어떤 종목이든 스스로 검산할 수 있습니다.
배수는 분자와 분모를 함께 봐야 합니다
PER, PBR 같은 배수는 분수입니다. 값이 낮아지는 길이 두 가지인데 의미가 정반대입니다. 분자인 주가가 내려서 낮아졌을 수도 있고, 분모인 이익이나 순자산이 늘어서 낮아졌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인지 모르면 낮은 PER 종목을 찾는 일이 사이클 고점을 찾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반도체가 대표적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은 2023 사업연도 -23.59%에서 2024년 35.45%, 2025년 48.59%로 움직였고 ROE는 -15.61%에서 44.15%로 바뀌었습니다. 이익이 정점에 가까울수록 PER의 분모가 커져 배수가 낮아 보입니다. 반대로 이익이 바닥일 때는 PER가 치솟거나 아예 음수가 됩니다. 2023 사업연도 SK하이닉스의 PER는 -11.30배로 표시됐는데 이는 저평가가 아니라 계산 불가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배수는 언제나 짝을 지어 봅니다. PER는 EPS의 추세와, PBR는 ROE와, 배당수익률은 배당성향과 함께 봅니다. PBR가 PER와 ROE의 곱과 같다는 관계를 기억해 두면 세 지표가 서로를 설명해 줍니다. 2026년 9월 4일 종가 기준으로 ROE 44.15%인 SK하이닉스의 PBR가 4.45배, ROE 8.41%인 현대차의 PBR가 0.82배인 것이 그 관계를 실제 숫자로 보여 줍니다.
제도 용어는 자본금과 자본총계의 움직임으로 구분합니다
유상증자, 무상증자, 액면분할, 액면병합, 무상감자, 주식배당, 자사주 소각은 이름이 비슷해 뒤섞이기 쉽습니다. 외우는 대신 자본금과 자본총계, 주식수 세 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로 정리하면 헷갈리지 않습니다.
유상증자는 돈이 들어오므로 자본금도 자본총계도 늘고 주식수도 늘어 기존 주주 지분이 희석됩니다. 무상증자와 주식배당은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옮기는 것이라 자본금과 주식수는 늘지만 자본총계는 그대로입니다. 두 제도의 결정적 차이는 세금인데, 주식배당은 배당의 한 형태라 배당소득세 15.4%가 붙고 무상증자는 원칙적으로 과세되지 않습니다. 액면분할과 액면병합은 액면가만 바꾸므로 자본금도 자본총계도 변하지 않고 주식수와 기준가만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무상감자는 자본금을 줄여 결손금과 상계하는 절차라 주주는 아무 보상 없이 주식수가 줄어듭니다.
자사주는 한 단계 더 나눠야 합니다. 매입은 회사가 주식을 보관하는 것이고 소각은 없애는 것입니다. 매입만 하면 발행주식총수는 그대로라 나중에 처분되거나 교환사채로 시장에 다시 나올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5 사업보고서에서 자기주식 26,310,845주 중 8,932,547주가 해외 교환사채와 관련해 예탁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반면 소각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배당가능이익으로 취득한 자기주식을 소각하면 자본금은 줄지 않고 주식수만 줄기 때문에, 삼성전자처럼 소각 이력이 있는 회사는 자본금 8,975억 1,400만원을 액면가 100원으로 나눈 약 89억 7,514만 주와 실제 발행주식총수 약 67억 3,600만 주가 22억 주 넘게 어긋납니다.
날짜를 다루는 용어는 결제 2영업일이 열쇠입니다
배당락, 권리락, 배당기준일, 신주배정기준일은 모두 하나의 규칙에서 갈라져 나옵니다. 국내 주식은 매매가 체결된 날로부터 2영업일 뒤에 결제되고, 주주명부에는 결제가 끝나야 오릅니다. 그래서 배당이든 신주든 받으려면 기준일 2영업일 전까지 매수가 체결돼 있어야 하고, 기준일 1영업일 전이 배당락일 또는 권리락일이 됩니다. 이 하나만 기억하면 네 용어를 따로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여기에 2023년 이후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배당기준일을 나중에 정하는 방식이 퍼지면서 12월 말에 사면 배당을 받는다는 통념이 더는 통하지 않게 됐다는 점만 덧붙이면 됩니다. 회사마다 기준일이 이듬해 2월에서 4월로 흩어져 있으므로 개별 공시를 확인해야 합니다.
매매 화면의 경고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를 말합니다
VI, 서킷브레이커, 사이드카, 단기과열완화장치는 모두 가격이 빠르게 움직였다는 사실을 알려 주는 장치이지 앞으로의 방향을 알려 주는 신호가 아닙니다. 규모 순으로 보면 VI가 개별 종목을 2분간 단일가매매로 바꾸는 가장 가벼운 장치이고, 사이드카는 선물이 급변할 때 프로그램매매 호가를 5분간 정지시키며, 서킷브레이커는 지수가 8% 이상 급락했을 때 시장 전체를 20분간 멈춥니다. 여기에 하루 변동 범위를 상하 30%로 묶는 가격제한폭이 상시 적용됩니다. 이 장치들이 발동했다는 사실을 매수나 매도 근거로 삼으면 안 되고, 다만 VI가 반복해서 걸리는 종목은 호가가 얇아 원하는 가격에 체결되기 어렵다는 실무적 정보로는 쓸 수 있습니다.